[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0년 12월 21일 (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영국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


▶정관용>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을 내신 캠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 어서 오십시오.

▷장하준>네. 안녕하십니까. 

▶정관용>네. 출간 40일 만에 20만부을 돌파했어요. 예상하셨어요?

▷장하준>전혀 못했습니다. 사실 지난 번 <나쁜 사마리아인>이라는 책을 내 가지고 그게 상당히 잘 팔렸고 특히 국방부에서 도와주셔가지고.

▶정관용>국방부가 "불온서적으로 군인들 읽지 마라." 하지만 서점에선 다 팔았죠.

▷장하준>네. 그래서 선전을 많이 해주셨죠, 사실. 그래서 그 덕에 상당히 많이 팔렸지만 그 정도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까지 베스트셀러가 될 줄은 사실 예상 못했죠. 

▶정관용>국방부한테 혹시 감사패라도 하나 보내셨어요?

▷장하준>그러면 또 거기에 계시는 분들이 또 너무 당황하실까봐.

▶정관용><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총 몇 부 정도 나갔죠?

▷장하준>그게 지금 40만부가 넘었습니다. 정확한 부수는 모르겠는데... 이번에 이제 이 책이 나가면서 또 동반 매출이 있어가지고 곧 50만부를 넘을 거라는 그런 얘기는 들었는데...

▶정관용>알겠습니다. 영국에서 먼저 내셨잖아요. 영국에서도 이렇게 많이 팔렸습니까?

▷장하준>영국은 이제 시장구조가 좀 달라서 처음에 책이 나오면 소위 하드백으로 나와서 비싸게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만큼 부수가 오를 수는 없고요. 그런데 하드백 기준으로 영국 국내에서 만부, 해외 판매한 것까지 하면 3만부가 나갔다고 하니까 논픽션 하드백으로는 영국에서도, 지금 우리나라에서같이 열풍은 아니지만,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거죠.


<도서출판 부키 제공>


▶정관용>밀리반드 노동당 신임 당수하고 혹시 점심 하셨어요?

▷장하준>글쎄요. 아직 점심 초대 못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밀리반드 당수도 자존심이 있지. 아무리 자기네 편 신문이라고 하지만 신문에서 이 사람하고 밥 먹으라고 하는데 빨리 부르면 그것도 체면이 아니겠죠. 

▶정관용>무슨 얘기인가 하실 텐데 영국의 가디언지가 9월 29일자 사설에서 "장하준을 칭찬함"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노동당 신임 당수, 장하준과 점심이라도 함께 해라" 이런 말을 썼어요. 그래서 제가 여쭤본 겁니다.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온 배경, 이유,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저자로서?

▷장하준>제 나름대로 우선 그간 냈던 책보다도 더 넓은 독자층에 어필할 수 있도록 주제도 좀, 옛날에는 주로 이제 개발도상국 문제라든가 세계화 문제에 집중했는데, 이제 더 넓은 문제를 이제 보려고 했고요. 

많은 독자들이 찾는 건 경제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기 때문

▶정관용>자본주의 전반. 

▷장하준>그렇죠. 그 다음에 글 쓰는 방식도 좀 더 독자가 읽기 쉽게 예 같은 걸 많이 들어가면서 설명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그래도 좀 독자층이 넓어지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결국 이렇게 큰 반응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뭔가 지금 국민들이 경제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관용>그렇죠. 제목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인데 그들이 누구예요?

▷장하준>글쎄, 이제 이게 영어표현으로 하면 ‘They’, 이래가지고 그냥 통칭으로 쓰는 그 표현을 이제 번역을 한 건데요. 결국
그들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세계적으로 이제, 말하자면 지배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그런 사람들이죠. 경제학자가 될 수도 있고 그 다음에 금융가에서 이제 발언권이 센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정부의 핵심관료들일 수도 있지만 하여튼 지금 자유시장주의가 최고의 경제체제다, 그런 소위 신자유주의적인 얘기를 하는 그런 사람들이죠. 

▶정관용>신자유주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전파하고 운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제 1번, 2번이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하면 안 된다. 이건 정말 도전적인데요. 

▷장하준>1번, 2번 뿐 아니라 23개 중에 대부분이 그런 식입니다. 그런데 끝까지 읽어보시면 100% 수긍은 안 하시더라도 '아, 이런 이유에서 처음에 듣기에는 굉장히 충격적인 얘기를 했구나'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해주실 거예요, 독자들이. 
그런데 굳이 그런 식으로 한 게 뭐냐면 지금 우리가 이게 그냥 진실이다, 상식이다, 경제전문가들이 다 그렇게 얘기하는 거다, 이렇게 믿고 있던 것 중에 사실 맞지 않는 것, 그리고 맞더라도 일부만 맞고 또 다른 면도 있고 이런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독자들한테 뭔가 좀 충격을 주지 않으면.

▶정관용>알겠어요. 그래서 제목을 강하게 붙였다. 

▷장하준>그렇죠.


모든 시장은 정치적으로 규정된 규제에 기초하고 있다

▶정관용>지금 거의 제가 일문일답식으로 여쭤볼 테니까 즉답해보세요.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그럼 뭐가 있는 거예요?

▷장하준>그러니까 모든 시장이 어떤 정치적으로 규정된 규제에 바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자유로운 노동시장, 이렇게 하지만 아동노동 같은 거 사고팔지 못하게 하거든요. 모든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하다못해 주식시장 같은 데도 여러 가지 주식상장을 하기 위한 규칙이라든가 숨어 있는 규칙들이 있는데 우리가 그걸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규제라고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정관용>규제와 정부개입, 그 위에 시장이 있다.

▷장하준>그렇죠. 그것에 바탕을 두고 시장이라는 게 성립이 된 건데 우리는 마치 그게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시장이라는 자연적인 체제가 있고 거기에 이제 정치적인 의도에서 정부가 자꾸 개입을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죠. 

▶정관용>그런 이데올로기는 ‘규제와 정부개입은 나쁜 거다’ 라는 쪽으로 가잖아요. 

▷장하준>그렇죠. 뭔가 자연적인 질서를 해치고 뭔가 자유롭게 돌아가는 것에 제동을 거는 그런 식으로 비치게 되는 거죠.

▶정관용>'기업은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뭘 위해 경영해야 합니까?

▷장하준>여기서 얘기하는 게 뭐냐면.

▶정관용>단답으로. 


기업은 기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경영돼야

▷장하준>기업에 관계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경영이 돼야죠.

▶정관용>노동자도 있고. 

▷장하준>그럼요. 주변 지역사회도 있고, 그 다음에 납품업체도 있고, 소비자도 그렇고. 문제가 뭐냐면
부동 주주들의 힘이 너무 세졌어요. 그래서 오늘은 삼성전자 주주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팔고 가서 노키아 주주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자꾸 기업의 단기적인 안목에서 경영하라는 압력이 들어오거든요. 최대한 이윤 많이 내고 그 중의 최대한을 배당금으로 주고. 우선 그렇게 하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이 투자 안 하는 겁니다. 투자 안 하면.

▶정관용>이익이 많이 남죠.

▷장하준>네. 안 하는 나쁜 결과는 5년, 10년 후에 나오는데 그거 알바 아니거든요. 우선 투자 안 하고 노동자 최대한으로 착취하고 그 사람들이 너무 힘이 들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거나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결국 그것도 효과가 3년, 4년 후에 나오기 때문에 처음에 그렇게 해가지고 주가를 쫙 올리면 잘하는 경영자라 해가지고 돈도 많이 주고 이렇게 되니까.

▶정관용>이른바 주주가치 극대화, 이런 건 다 허위다. 이 얘기죠?

주주가치 극대화, 장기적으로 손해다

▷장하준>허위라고까지 얘기할 순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손해라는 거죠. 그래서 사실 주주가치경영의 기수라고 했던 미국 GE그룹의 잭 웰치 회장이 금융위기가 발생한 다음에 자기가 다시 생각해보니까 주주가치경영이 세계에서 제일 멍청한 아이디어였다. 그런 말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정관용>알겠습니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뭘 말하고 싶었던 거죠? 제조업?

▷장하준>세탁기로 대표되는 가사용 가전제품들이 나옴으로써 여성들이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 물론 옛날에도 일하는 여성들이 있었습니다만 더 대규모로 노동시장에 진출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서 가족과 사회 속에서 여성들의 발언권도 세지고, 또 일을 하게 되니까 예전처럼 애를 많이 낳을 수가 없거든요. 애를 더 조금 낳고, 애를 조금 낳다 보니까 애 하나하나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가지고 투자를 하고 그런 식으로 하다보니까 우리가 사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거예요. 
그런데 이제 우리는 현재 우리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인터넷 혁명이니까 그게 더 대단한 거 같지만. 모르죠. 100년쯤 지나면 인터넷이 이뤄놓은 일이 세탁기보다 더 많을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까지는 사실 세탁기로 대표되는 보이지 않는 혁명이라는 게 더 대단했던 거죠. 그래서 이 책의 네덜란드어판이 나왔는데 네덜란드에 가서 토론을 했어요, 방송에서. 그런데 거기 나온 네덜란드 교수가 이 책에 자기는 다 동의하는데 그건 동의 못하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글쎄 "겨울에 언 강 깨고 나가서 빨래 안 해봤으니까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막 웃더니 "네가 맞다." 그러더라고요. 

▶정관용>하지만 100년 후에는 다시 평가....

▷장하준>그건 또 모르죠. 

▶정관용>알겠습니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인터뷰하신 걸 봐도 현재 부자감세정책, 이런 등등에 대해 다 비판을 하셨는데 연결되는 주장이죠?

▷장하준>그렇죠. 그러니까 신자유주의, 소위 시장만능주의의 주요한 슬로건 중의 하나가 뭐냐면 부자들이 결국 투자도 하고 일자리도 만들고 경제성장도 창출하는 건데 그 사람들한테 돈을 모아주면 초기에는 이제 사회가 더 불평등해지고 밑에 있는 사람들이 고생할 수 있지만 결국은 그 사람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해서 상대적으로는 소득분배가 악화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득을 본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트리클다운? 부자에게 돈 몰아줘서 성공한 사례 없다

▶정관용>소위 ‘트리클다운’, 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이런 거 아닙니까?

▷장하준>그런데 이제 문제가 뭐냐면 가장 좋은 예가 미국인데,
1970년대 소득상위권 1%가 미국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한 10% 정도 됐어요. 그런데 2000년대 중반, 2006년, 2007년 되면 그게 23%까지 늘어납니다. 그렇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투자율은 옛날보다 더 떨어지고 성장도 더 둔화가 됐거든요. 60~70년대에 비해서. 사실 그 이후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성장율이 더 낮습니다.

▶정관용>번 돈을 투자 안 한다. 

▷장하준>그렇죠. 거기다 갖다 주기는 계속 갖다 주는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미국 자본가들이 게을러진 거예요. 말하자면 옛날에는 10%만 받아도 투자하고 일자리 만들었는데 이제는 23%를 줘도 옛날보다 더 못한단 말이죠. 그래서 이렇게 무조건 몰아준다고 되는 게 아니고 사실 그렇게 돼서 경제가 성공한 예도 제가 아는 바로는 없고.

▶정관용>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됩니까? ‘트리클다운’ 대신에 펌프이론이라는 말이 있죠. 펌프가 뭐죠?

▷장하준>펌프이론이라는 건 사실 다른 매체에서 지어낸 말인데, 제가 펌프이론이라고까진 안 했는데... 물론 ‘트리클다운’이 어느 정도는 있어요. 부자들이 돈을 가져가면 그 돈을 쓰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흘러 내려오는데 사실 그걸 가지고 위에서 생긴 돈이 밑에까지 잘 도는 나라가 없거든요. 그런 게 잘 도는 나라를 보면 강력한 복지국가가 있어가지고 위에서 돈을 벌면 그걸 누진소득세를 통해가지고 국민경제를 순환을 시킵니다. 제일 좋은 예가 뭐냐면 스웨덴 같은 나라가 소득세하고 복지지출을 하기 전 단계에서는 소득분배가 미국만큼 불평등해요. 그런데 그걸 워낙 많이 걷어가지고 돈을 돌리기 때문에.

▶정관용>세금으로.

강력한 복지국가가 자본주의 발전시킨다

▷장하준>네. 나중에 세금 걷고 복지지출 한 다음에 소득분배를 보면 세계에서 제일 평등한 나라로 평가되거든요. 

▶정관용>알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정부가 법과 제도로 강력히 개입해서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악착같이 받아가지고 강력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를 발전시킨다. 

▷장하준>그렇죠. 그러니까 이제 대개 사람들이 복지하면 경제 망한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데...

복지, 돈 남아서 하는 게 아니라 순기능 때문에 하는 것 

▶정관용>요즘 특히 유럽에 대해서 과잉복지 후유증, 이런 얘기 하고 그러잖아요.

▷장하준>우선 요즘 유럽 상황에 대해서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그리스 같이 예외적인 나라가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지금 재정적자를 겪는 게 복지지출 때문이 아니라 금융위기로 인해가지고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하고 세수는 줄고 이러니까 재정위기가 생긴 건데 이걸 핑계로 대가지고 자꾸 복지를 줄이려는 거죠. 
복지라는 게 돈이 남아서 하는 게 아니거든요.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선 대의적인 면에서 다 같이 잘 사는 게 좋다, 이런 차원도 있지만 복지제도가 있어야 어떤 경제변화과정에서 낙오한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줘가지고 그만큼 자원을 버리지 않고 인적자용을 사용할 수 있는 거고 복지제도가 있어야 국민들이 안심을 하고 진취적으로 생활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 요즘 의대, 법대, 이런 안정적인 직장을 주는 그런 과에만 우수한 학생이 다 몰리는 이유가 바로 그거거든요. 그러니까 복지 같은 게 없어서 재기의 기회가 없으니까 불안하니까 무조건 안전한 직장, 안전한 직장, 이렇게 돼서 인적자원 배분까지 왜곡이 된다는 거죠. 
복지국가 많이 하는 나라들은 망한다더라, 하는데 사실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나라가 미국보다 경제성장율이 더 높아요. 그 나라들이 세계에서 제일 큰 복지국가를 가진 나라인데. 그러니까 그 나라들이 그런 식으로 복지국가를 단순히 미국식으로 그냥 돈 있는 사람한테 좀 뜯어다가 가난한 사람들 좀 나눠서 밥 먹게 해준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그것을 사회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재기의 기회를 주고.


▶정관용>재교육 하는데 투자하고. 

▷장하준>인적자원 배분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쓰기 때문에 그렇게 잘 할 수 있는 거죠.

▶정관용>그게 혹시 인구규모하고도 관련이 있는 거 아닐까요?

▷장하준>글쎄 뭐.

▶정관용>스웨덴, 핀란드 이런 데는 인구가 적은 나라들이고요.

▷장하준>글쎄 뭐, 인구가 적다고 꼭 그런 걸 하는 건 아니죠. 그러니까 이제 뭐 인구가 적으면 사회통합이 더 쉽지 않느냐. 이런 얘기를 하긴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핀란드 같은 나라는 지금 우리가 생각할 때는 아마 그 나라 인구도 300~400만밖에 안 되고 옛날부터 하나로 뭉쳐 산 나라가 아니냐 하는데 1919년에 핀란드가 소련에서 독립을 하면서 좌우내전이 있었어요.

▶정관용>핀란드, 스웨덴 그쪽 나라들은 1910, 20, 30년대에 극렬할 내전을 겪었잖아요.

▷장하준>그럼요. 핀란드에서는 그 당시 인구 300만짜리 나라에서 거의 10만명 가까이 죽을 정도로 큰 좌우 내전을 해가지고 1943년까지는 과거 공산당 경력 있던 사람은 투표권까지 안 주고 그럴 정도로 좌우대립이 극심한 나라였고 스웨덴도 우리가 보기에는 뭐 항상 평화롭게 산 것 같지만 1920년대에는 파업율이 세계에서 최고였습니다.

▶정관용>저는 그걸 그런 식으로 표현해요. 싸우다 싸우다 지쳐서 타협한 나라들. 그렇지 않습니까?

▷장하준>그렇죠. 그런데 어떤 나라들은 싸우다 싸우다 지쳐도 또 싸우는데 그 나라들은 그래도 너무 늦기 전에 타협을 했거든요. 

▶정관용>타협을 하고 그리고 강력한 복지시스템이라는 걸 만들어냈죠. 양쪽이 함께 합의해서.

▷장하준>그렇죠. 그러니까 이제 너무 단순화시켜서 표현하는 거지만 자본가들은 복지제도를 양보를 하고 노동자들은 그 대신에 파업 같은 걸 많이 양보한 거죠. 서로 그렇게 크게 주고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정관용><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에 지금 쭉 말씀하신 논리가 뒤에 가서는 강하게 표현되어 주장으로 나옵니다. '우리는 여전히 계획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것들이 결국 ‘정부가 강한 개입을 통해서 복지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자본주의를 더 융성하게 한다’, 그런 주장으로 연결되는 거 같고. 

▷장하준>그렇죠. 복지뿐 아니라 산업 정책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얘기하는 거죠. 

대학진학율 20%도 안되는 스위스가 한국보다 잘 사는 이유는?

▶정관용>자, 또 하나 눈에 띄는 게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는 거의 교육으로 일로매진하고 있는 나라라서 눈에 띄어요. 이건 무슨 주장입니까.

▷장하준>개인이 교육을 잘 받는다고 나라가 잘 살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교육이라는 게 물론 전문적인 지식을 전파하고 부분이 있지만 많은 부분이 말하자면 줄 세우기 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그 줄 세우기 기능에 엄청나게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사실 실증적인 연구를 봐도 교육에 투자를 더 많이 한다거나 아니면 교육성취도가 높다고 해서 그 나라가 꼭 잘산다는 증거가 없어요.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스위스 같은 나라는 세계에서 두세 손가락 꼽히게 잘 사는 나라인데 대학진학율이 한참 낮았을 때는 다른 OECD국가의 1/3밖에 안 됐고 요즘도 반 이하입니다. 
그러니까 대학을 가서 말하자면 고급공부를 하는 게 뭐 고급기술, 고급인력을 만들어 내 가지고 나라를 잘 살게 한다, 이런 사고에서 보면 도저히 설명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대학의 기능이라는 것이 전문지식을 전파하는 기능이 있고 그 다음에 어떤 줄 세우기 기능이 있는데.

▶정관용>직업교육도 있죠. 

▷장하준>그렇죠. 그런데 스위스 같은 경우는 그런 걸 그냥 고등학교 수준에서 다 해결 해버립니다. 그러니까 꼭 대학을 안 가도 고등학교 때 좋은 직업교육을 받으면 정말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억원, 3억원씩 연봉을 받고 기술자를 하는 거죠. 그런 산업들이 있기 때문에 그 나라가 강력한 거고.

▶정관용>바로 그런 산업정책, 그런 교육정책, 그런 복지시스템, 이런 것들을 다 조화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장하준>그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다들 그런 걸 이제 고민을 하면서 이뤄낸 거지만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그런 나라들이 대학진학률로 보면 20%도 안 되고 우리나라는 90%가 넘는데 국민소득은 스위스가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단 말이죠.

▶정관용>저는 우리 교육은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낭비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전세계에서 제일 높은 대학진학율이 실은 제일 수치스러운 숫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장하준>그렇죠. 어떻게 보면 그게 참...

▶정관용>낭비에요, 낭비. 

▷장하준>영광이 아니죠. 그리고 사실 대학까지 가기 전에도 중고등학교 학업성취도 같은 걸 비교 해놓은 걸 보면 한국이 핀란드하고 만날 1,2등을 다투는 나라인데 또 어떤 연구결과를 보니까 핀란드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한국 학생들의 반밖에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엄청나게 비율적인 교육시스템이죠. 공부는 남의 두 배를 했는데 성취도는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정관용>유일하게 그걸로 먹고 사는 건 사교육입니다. 

▷장하준>그렇게 되네요.

한 입시학원 주최로 6월 13일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수능 모의평가 분석 및 수시·정시 합격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문석기자>


▶정관용>그래서 저는 그걸 낭비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그건 또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요. 말씀하신 스위스나 그런 나라들을 보면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만 가면, 예를 들어서 자기 아버지가 굴뚝청소부다. 나도 굴뚝청소부를 하겠다. 그래도 편안하고 행복하게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있잖아요. 그런 것을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그렇게 사람이 바뀌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장하준>상호작용인데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옛날에 유교적인 사농공상 사상이 있어가지고 공대 같은 데 잘 안 가려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막 정부에서 억지로 인문계는 정원 억제하고 공대 정원 늘리고, 공대에 일부러 자금지원 더 하고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억지로 공대 쪽으로 몰았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몰기만 해서는 해결이 안 됐을 것이 나중에 이제 공업화가 되면서 공대 나와도 좋은 직장이 많고 존경받으면서 살 수 있다. 사람들이 그런 경험 속에서 생각이 바뀌니까 그게 고착이 된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생각도 바뀌는 거죠.

▶정관용>시스템과 구조를 갖추어줘야 사람도 생각이 바뀐다. 그런데 우리사회가 지금 그런 시스템과 구조를 바꾸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까?

▷장하준>글쎄 뭐, 불행히도 반대쪽으로 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정관용>반대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어떤 겁니까?

▷장하준>그러니까 이제 교육에 대해 말하자면 점점 이걸 차별화해가지고 잘하는 애들은...

▶정관용>수월성 교육 쪽으로 간다든지. 

▷장하준>더 발전하게 해주고 이런. 의도는 좋은데 그런 체계를 해가지고 결국은 그래가지고 또 테스트 하는 것은 누가 시험을 잘 보느냐. 이런 줄 세우기식의 교육이거든요. 그렇게 되고 그게 시스템적으로 뒷받침이 안 되니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참 억울할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소위 알아준다는 대학에 못 가거나 대학졸업장이라도 없으면 취업할 때 원서도 안 보고 차별받고 이러니까 개인 입장에선 그런 현실을 자기가 바꿀 수 없으니까 거기에 순응해야 되는데 결국은 온 나라가 그냥 누가 시험 잘 보나 그것에 매여가지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를 하게 되는 거죠. 

▶정관용>말씀하신 그 나마 알아주는 몇몇 대학 이외의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도 불안해요. 사실은 제일 좋은 대학 다니는 사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인데 모두가 불안해하는, 그것이 바로 줄 세우기식, 그런 교육이다.

▷장하준>그렇죠. 그리고 사회시스템 자체가 이제 점점 말하자면 시장만능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승자독식, 한명이 만명을 먹여 살린다. 이런 논리에 의해가지고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야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필요 없다. 이런 식으로 돼버리니까 어찌 됐건 간에 그 아주 극소수 잘 대우받는 층에 끼지 않으면 인생이 너무 팍팍해지니까. 사실 다른 나라라고 경쟁 없고 그런 거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유럽 같은 데서는 그런 식으로 목숨을 걸고 할 필요가 없는 게 그런 데 못 낀다고 하더라도 어떤 기본적인 생활이 안정이 되고 사회에서 대우를 기본적으로 받기 때문에.

▶정관용>우선 주거, 의료, 자녀교육, 이런 데 돈이 안 들어가고.

▷장하준>그렇죠. 그게 일단 해결이 되고 그 다음에 또 복지국가를 통해가지고 실업이 되면 실업보험도 나오고 재교육도 시켜주고 그러니까 그렇게 아등바등해가지고 말하자면 한 번에 로또 당첨이 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정관용>꿈같은 나라 얘기만 자꾸 듣고 있는 거 같습니다. 

▷장하준>그렇진 않습니다. 그 나라들도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만 옛날에는 굉장히 갈등도 많고 살기 힘든 나라들이었죠. 

Posted by orang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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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악한수꼴 2011.03.05 0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뷰를 보니 진보진영쪽에서 더 분발해서 개혁요구를 해야겠는데, 다른 한편으론 우리나라 보수들이 적정한 균형점(?)같은 것을 유지하면서 격렬한 내전의 상황까진 안가게 능력을 발휘하고 있단 생각이
    드네요.

    방송장악이니 뭐니 하지만 그래서 다른 진영에게는 기회의 불평등을 만들고 있긴 하지만 적절히 긴장을 유지하면서 가지고 논다고 표현해야할까 뭐 그런 수준으로 상황을 유지해가는 거죠.

    진보신당이니 민노당같은데서 노선을 확실히 할 필요도 있지만 지금보다더 격렬해지는 것이 결국엔 역사엔 도움이 된다는 증거 인듯 합니다.

    • 박세익 2011.12.04 0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보고 리플답니다. 제 생각에는 장하준교수가 말한것처럼 반대하는 국민들이 목소리가 더 커져야 정치인들이 국민의 소리를 듣고 정책을 바꾸지요. 목소리를 내는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옳지않다는 님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2. 정신나간수꼴 2011.05.12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헛소리는 니 집 가서 혼자 지껄여라, 찌질아 :p
    댓글도 완전 정박아 수준으로 써놓고선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