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10월 19일 (수) 오후 7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삼성을 살다> 저자 이은의 씨

[집중인터뷰] "직장 내 성희롱, 이렇게 대처하라" - <삼성을 살다> 저자 이은의 씨    


▶정관용> 시사자키 3부 시작합니다. 오늘 3부,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짚어볼 텐데요. 잘 나가던 대기업 영업사원, 삼성전기에 다니던 영업사원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으로 그 운명이 확 달라졌어요. 주변에서는 적당히 덮고 가라, 했지만 이 사원은 소송을 택했고, 결국 피해자는 사직서를 던져야 하는 그런 현실을 겪게 됐습니다. 지금까지의 그런 경험을 토대로 해서 <삼성을 살다>라는 책을 펴낸 이은의 씨, 오늘 3부에서 함께 만나봅니다. 지금 광주 CBS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이은의> 안녕하세요?

▶정관용> 예, 반갑습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네요. <삼성을 살다>. 그러니까 그동안의 삶을 그냥 쭉 적으셨다, 이런 의미지요?

▷이은의> 예, 아무래도 바라본다든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라든가 생각한다든가 이런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안에서 겪고 지내면서 보냈던 그 시간들을 그대로 적었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정관용> 그러니까 산다, 살다?

▷이은의> 예.

▶정관용> 그 밑에 조그만 글씨로 12년 9개월. 그러니까 12년 9개월 동안의 기록입니까?

▷이은의> 예, 제가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의 시간이 12년 9개월이었어요.

▶정관용> 처음 입사가 언제였지요?

▷이은의> 98년 2월에 제가 입사를 했거든요.

▶정관용> 98년. 그리고 12년 9개월이면 그만두신 지 얼마 안 되었네요?

▷이은의> 예, 2010년 10월 마지막 날 제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정관용> 어느 회사지요?

▷이은의> 삼성전기라고요, 삼성전자 소그룹에 속해있는 회사입니다.

▶정관용> 삼성전기. 그래서, 입사하기 힘들었잖아요. 맨 처음에?

▷이은의> 그렇지요. 제가 입사를 준비하던 시기가 IMF 때여서 그때 이제 거의 대부분 여학생들을 기업에서 받지 않을 때이기도 했고, 워낙 오래 전이니까. 그리고 이제 받았다가도 입사 취소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어요.

▶정관용> 맞아요.

▷이은의> 그래서 이제 우여곡절 끝에 들어갔던 회사였어요.

▶정관용> 입사 확정되고 굉장히 좋으셨겠네요.

▷이은의> 예, 저도 좋았고, 저희 가족도 굉장히 기뻐하셨고요.

▶정관용> 그러니까요. 뭐 삼성을 이러쿵저러쿵 비판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자기 자식이 삼성 들어갔다고 그러면 다들 좋아하잖아요.

▷이은의> 예, 저희 엄마, 아빠도 굉장히 좋아하셔서 아빠가 엄마 친구들한테까지 밥을 사줄 만큼 좋아하셨다고 해요.

▶정관용> 그래서 처음 들어가셔서 어떤 업무들을 하셨어요?

▷이은의> 처음에 제가 들어갔을 때는 삼성자동차 입사였어요. 홍보직군으로 들어갔는데, 그때 이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저희를 맞는 바람에 신입사원들이 일단 9개월 정도 현장 라인에서 근무를 했었고요, 그 이후로 해외영업에서 이제 남미 영업을 담당을 했었습니다.

▶정관용> 남미?

▷이은의> 예, 그리고 나서 성희롱 고지 후에 이제 부서가 바뀌어서 기업 사회공헌에 몸담고 있다가 이제 퇴사를 했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성희롱을 당하시게 될 때까지는 계속 해외영업 남미 쪽?

▷이은의> 예, 남미영업, 그리고 구주, 유럽이라고 하는 쪽.

▶정관용> 유럽하고 남미 쪽 해외 영업을 담당하셨다?

▷이은의> 예.

▶정관용> 해외영업은 특히 좀 남성들이 하지 않나요?

▷이은의> 예, 저도 제가 있는 동안에 거의 제가 첫 여사원이었고, 제가 나올 때까지도 여자 후배는 영업사원으로는 없었어요.

▶정관용> 그 부서에 그러니까 거의 홍일점이셨나요?

▷이은의> 예, 그런데 이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게 거기에 이제 서류 업무를 도와주고, 다른 업무를 해주는 여사원 동생들도 있긴 했는데, 제가 말하는 해외영업이라는 것, 해외영업을 전담하는 경우에는 여사원이 없었어요.

▶정관용> 그러니까 그러면 98년 입사해서 일을 잘 하신 거네요?

▷이은의> 예,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관용> 언제까지요?

▷이은의> 제가 2005년 7월에, 회사에 이제 7월 정도부터 회사하고 이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전까지는 해외영업에 계속 있었던 거지요.

▶정관용> 2005년 7월?

▷이은의> 예.

▶정관용> 글쎄요, 뭐 되돌이켜 생각하기 싫은 그런 기억이시겠지만, 이렇게 책까지 펴내셨으니까, 어떤 것이었습니까, 그 당시?

▷이은의> 어떤 질문이신지.

▶정관용> 그러니까 2005년 7월 회사하고 문제가 된 성희롱, 어떤 것이었어요?

▷이은의> 한 1년에서 1년 반 정도 제가 모시고 있던 부서장이 이제 좀 신체적 성희롱이 있으셨어요. 만진다든가, 등을 만진다든가, 목덜미를 만진다든가, 옆구리 같은 데에 손을 댄다든가, 해외 출장을 갔는데 뭐 엉덩이를 때린다거나 브루스를 추자든가, 뭐 그런 게 안 되었을 때 이제 한밤중에 세워놓고 호텔 로비에서 여사원으로서의 의전 이런 걸 해주면 안 되냐, 이런 요구들.

▶정관용> 여사원으로서의 의전이요?

▷이은의> 예, 그래서 저도 이제 그게 처음 회사에 고지를 하게 된 마지막 계기가 되었었어요.

▶정관용> 그게 어느 정도 기간이나 계속되었습니까?

▷이은의> 그게 한 1년 반 정도 쭉 지속이 됐는데.

▶정관용> 계속? 처음 그 부서장을 모시기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은의> 예, 그런데 이제 이게 제가 아무리 항의를 한다든가 제가 좀 거부 의사를 표현해도, 그게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다보니까.

▶정관용> 예, 개인적으로 그냥 항변하셨겠지요.

▷이은의> 예, 그러니까 줄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는 그런 부작용이 있더라고요.

▶정관용> 더 심화돼요? 불쾌감을 표시하고 하지 마세요, 했는데도?

▷이은의> 예, 그렇지요, 그것보다 좀 더 수위가 높게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도 그렇고, 주변에 이야기를 하면 이제 선배사원들은 이렇게 하면 대졸 여사원 까칠해서 못 받는다, 네가 잘해야 한다, 뭐 이제 이런 방식으로 반응을 하시니까.

▶정관용> 그 선배사원들도 다 남성이었지요?

▷이은의> 그렇지요, 남자 분들. 그래서 아무래도 위의 분들은 이렇게 반응을 하시고, 좀 친한 후배 남자사원들은 같이 분개해주고, 이런 식은 아니더라고요.

▶정관용> 아니, 그런 식으로 그러니까 성희롱 하지 마세요, 라고 강하게 항의하고 그러면 대졸 여사원 까칠하게 못 받는다?

▷이은의> 예.

▶정관용> 그건 좀 문화가 잘못된 조직이군요, 그런 상황에서는?

▷이은의> 그게 아무래도 이제 고과를 주는 부분이 있고, 요즘에는 연봉제를 하기 때문에 진급 문제만 고과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연봉 자체가 고과를 받는 것에 따라 나뉘어 지고 달라지고 그러니까.

▶정관용> 아니, 바로 그런 권력관계가 바탕에 깔린 성희롱, 그게 직장 내 성희롱의 거의 전형적 유형이거든요.

▷이은의> 예, 맞습니다.

▶정관용> 그게 이제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거지요, 기본적으로.

▷이은의> 예.

▶정관용> 혼자만 그런 피해를 당하셨겠네요?

▷이은의> 그런 건 아니었고요, 이제 전반적으로 제가 있던 곳 같은 경우에는 여자 공원들과 남자 관리직이 많았던, 이제 오랫동안 그게 고정화되어 있던 공장문화이다 보니까 좀 이렇게 남성분들도 이렇게 약간 여성들을 하대한다거나 조금 대접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있고, 여사원들도 그런 게 억울한 건지 잘 모르는 그런 문화가 좀 있었어요.

▶정관용> 아, 생산직 여공들. 그들을 관리하는 남성 관리자. 뭐 일상적으로 성희롱이 있었다, 이런 건가요?

▷이은의>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게 많았던 게, 예를 들면 회식 자리를 가면 당연히 여사원들이 주변의 부장님들이나 뭐 이렇게 반장, 이런 분들 옆에서 고기쌈을 싸서 입에 넣어준다거나 이런 것들이 이상하지 않게 벌어지는, 물론 이제 아주 친하면 자기들끼리의 개인적인 문화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안 하고 싶은 여사원도 그런 것 때문에 아, 이거 해야 하나, 고민을 해오는 이런 경우들이 많았거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1년 넘게 그런 피해를 쭉 당하셨다? 그리고 자꾸 강도가 세졌다?

▷이은의> 예.

▶정관용> 그래서 어떻게 하셨지요?

▷이은의> 그 마지막 출장을 독일, 헝가리 쪽으로 갔었는데, 거기에서는 너무 노골화되고, 이렇게 여사원으로서의 의전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니까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여사원으로서의 의전이 뭘까, 내가 여기 지금 왜 왔을까, 나는 여기에서 무슨 존재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와서 고민을 했고, 주변 동료들이 증언해줄 테니까 용기를 좀 내보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해서 회사에 고지를 했는데, 회사의 반응이 좀 이렇게 은폐 쪽으로 가고 약간 덮는 식으로 가니까.

▶정관용> 회사에 고지했다는 것은 어느 부서에 어떻게 고지했다는 거지요?

▷이은의> 인사팀 책임자 분한테 정식으로 고지를 한 거지요. 저한테 이런 일이 있었고 이번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이것에 대해서 조사해주고 사과 받고 싶다, 이렇게.

▶정관용> 그랬더니요?

▷이은의> 기다려라,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후로 이제 한 달, 두 달씩 연락이 없고, 가해자분들한테는 되게 요식적인 조사 절차를 밟고 나서 그분을 분사 회사 임원으로 내보내고 저한테 와서는 아, 이제 자기들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미안하다, 그 사람이 나갔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가해자가 같은 건물에, 같은 층에, 같은 계열사의 임원으로 가 있으니까.

▶정관용> 같은 건물에, 또 같은 층이에요, 그것도?

▷이은의> 예, 그러니까 더. 이제 고지하지 아니한만 못한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라고요.

▶정관용> 회사에 처음 인사팀에 고지를 한 이후에 그 가해자의 행동에는 변화가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이은의> 너무나 더 반갑게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길에서 만나면 너무 와서 아는 척 하시고, 활짝 웃고 가시고 이러니까. 그런데 그게 더 불안한 거예요. 이제 그리고 저는 갑자기 회사에서 업무를 안 주고 이렇게 되는.

▶정관용> 업무를 안 줘요?

▷이은의> 예, 그리고 이제 책상을 인사팀에 가져다놓고 한 7개월 정도 업무 없이 인사팀에서 지내고, 길에서 그분을 만나면 그분은 저를 보고 환하게 웃고 가시고, 이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회사 인사팀은 그냥 덮으려고 했군요?

▷이은의> 예,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정관용> 그러니까 진상조사를 해서 본인의 사과를 하게 만들거나 이런 것은 없었고? 그래서 그 가해자는 다른 데로 보내고. 지금 우리 고발한 이은의 씨는 업무를 주지 않음으로써 가급적 나가줬으면 이런 거군요.

▷이은의> 그렇지요. 시끄럽게 구는 게 싫다, 이런 걸로 압축이 되었었던 것 같아요.

▶정관용> 7개월을 일 없이 지내셨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하셨어요?

▷이은의> 그래서 이제 이의제기하면서 공식적으로 절차를 밟겠다, 라고 마지막에 이야기를 하고 나서 IR이라고 기업 홍보부서로 발령이 났어요. 그런데 공교롭게 거기 부서장이 그 성희롱 가해자분이랑 ROTC 후배이기도 하고, 군대. 그리고 회사 공채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고, 막역한 사이이다 보니까 더 심한 왕따로 이어지더라고요.

▶정관용> 아, 거기에서 성희롱이 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예 그냥 팀에서 배제해버리는 거군요.

▷이은의> 예, 투명인간처럼 있는 존재 자체를 소거하는 거지요. 그래서 저랑 조금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다 불러서 쟤랑 친하게 지내지 마라, 이런 식으로.

▶정관용> 그래서요? 그 다음에 어떻게 하셨어요?

▷이은의> 13개월 정도 이렇게 있다 보니까 사람이 망가지더라고요. 이제 우울증도 오고, 말도 잘 못하게 되고, 그런 즈음에 이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상이 생겼는데, 그때 사람이 굉장히 취약할 때 갑자기 불러서 이제 나는 이 부서에서 너랑 안 있고 싶으니까 다른 부서로 가라, 회사에 얘기해도 우린 다 이야기를 마쳐놓았으니까 너는 구제받지 못할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통보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다시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오래 참고 이야기를 했는데, 회사가 한 달 정도 시간을 달라고, 조사를 하겠다고 하더니 나중에 와가지고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 적이 있다는데 사실이냐, 주말에 부산영화제에 갔다 와서 월요일에 피곤한 얼굴로 출근을 한 적이 있다는데, 사실이냐. 이러면서 너는 되게 문제가 많은 사원이다, 봐라, 네가 주말에 이렇게 영화제를 갔다 와서 피곤한 얼굴로 출근을 했다며.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고 가더라고요.

▶정관용> 직장에 피곤한 얼굴로 출근하면 잘립니까?

▷이은의> 아니, 그건 아닌데, 이제 이랬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제가 남편이 있는 기혼녀도 아니고, 아버지가 있는 그런 여성도 아니라는 게 한국 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그때 굉장히 많이 느꼈어요.

▶정관용> 그때까지는 어쨌든 계속 회사 내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회사 내에서 풀어보려고 했는데, 하면 할수록 점점 상황은 어려워졌군요?

▷이은의> 예. 그러니까 외부로 가지고 나가지를 못한다는 걸 인지하니까 회사가 이렇게 더 혹독하게 나오는 부분이 있었어요.

▶정관용> 그러다가 외부로 가지고 나오시게 된 게 얼마만입니까?

▷이은의> 그래서 그 7개월의 대기 발령과 13개월의 왕따 생활을 거치고, 회사랑 두 달 정도 이야기를 했는데, 사회봉사단으로 강제 발령을 내더라고요. 그래서 그거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제 제기하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된 거지요.

▶정관용>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고, 소송도 제기하셨어요?

▷이은의> 예, 인권위에서 1년 반 정도 조사를 했고, 이제 권고를 내기 조금 전에, 그러니까 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1년쯤 있을 때 민사소송에 들어갔고요.

▶정관용> 민사소송은 어떤 거지요?

▷이은의> 성희롱에 대한 부분도 있고, 고지 후 불이익 부분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회사의 배상책임을 물어서 이제 소송을 제기한 거지요.

▶정관용> 손해배상 청구소송인 거로군요.

▷이은의> 예.

▶정관용> 성희롱 및 고지 후 불이익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이은의> 예.

▶정관용> 이걸 정말 도저히 안에서는 안 되겠다, 인권위원회나 소송으로 가야 되겠다, 라는 결심을 하시기까지 참 힘드셨겠어요.

▷이은의> 예, 사실은 두렵기도 했고,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무식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된다, 라는 것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고.

▶정관용> 그러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셨겠지요.

▷이은의> 예, 서점에 나가면 너무너무 훌륭하신 분들의 책은 많은데, 그리고 또 굉장히 비장하게 싸우신 분들의 책도 많고. 그런데 정작 저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려주는 뭐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뭐든 있었으면 좋겠는데,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알 수가 없고.

▶정관용> 지금 이제 알려주고 계신 겁니다. 우리 청취자 분들한테.

▷이은의> 예.

▶정관용> 그렇게 해서 인권위원회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1년, 그리고 민사소송 제기하고 소송이 쭉 진행이 되었겠지요. 그 과정에도 계속 사회봉사 팀에 계셨어요?

▷이은의> 예, 거기 있었고, 민사소송 중간에 회사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불복하면서 행정소송이 생겨가지고 소송이 이제 두 개가 겹치다 보니까 3년 반 정도 걸렸어요. 그래서 그 기간 동안 사회봉사단에 있었지요.

▶정관용> 그 업무를 계속 주던가요?

▷이은의> 거기에서는 요식적으로라도 이제 업무를 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원래 이제 사원 아이, 아,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되는데, 후배 사원이 하던 업무의 한 부분에 저를 보조로 이렇게 붙였는데, 제가 그 업무를 조금 혼자서 열심히 키웠는데, 그 업무가 너무너무 잘 되어서 지금도 연락이 와요. 그때 이렇게 제가 도와드렸던 분들한테. 그래서 정말 좋은 시절을 살았구나, 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어요.

▶정관용> 그러니까 그때도 업무를 안 주면은, 또 소송해도 안 줄까봐 업무를 주긴 줬는데, 아주 조그만 업무를 줬는데 그걸 또 키워놓으셨군요.

▷이은의> 그렇지요. 예, 오히려 그렇게 되더라고요.

▶정관용> 그런데 참 다니기 힘드셨겠어요, 사실.

▷이은의> 그렇지요. 왜냐하면 이거를 문제제기하고 나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하고 나서는, 처음에 막 퇴직한 노사협의회 위원이 찾아오기도 하고, 퇴직한 간부들이 찾아와서 뭐 평생 직장을 못 가질 수도 있다, 집안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뭐 그런 되게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정관용> 협박이군요, 협박.

▷이은의> 예, 1억이면 되냐, 2억이면 되냐, 대신 질의해주겠다, 이런 이야기들도 있었고.

▶정관용> 소송의 결과는 언제 나왔습니까?

▷이은의> 소송 결과는 2009년 여름에 행정소송 승소가 있었고요. 그리고 2010년 4월 말에 민사소송 승소가 있었고 그랬어요.

▶정관용> 대법원까지 확정?

▷이은의> 대법원은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회사가 항소를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행히 그 정도에서 끝났지요.

▶정관용> 그럼 민사소송 승소면 손해배상금을 받게 되신 거네요?

▷이은의> 예, 한 4천만원 정도 받았어요.

▶정관용> 그리고 나서 사표를 쓰신 것은?

▷이은의> 2010년 10월 마지막 날.

▶정관용> 4월에 민사소송 승리까지 하고 난 다음에 6개월 쯤 있다가 사표를 내셨군요?

▷이은의> 예.

▶정관용> 왜 사표 내셨나요?

▷이은의> 일단은 제가 직장을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 오기로 회사를 다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직장이라는 게 저에게도 제가 자아실현이 되고 저에게도 꿈이 생기고 이런 곳이어야 하는데.

▶정관용> 맞아요.

▷이은의> 사실상 회사가 저한테 이제부터 굉장히 마음을 바꿔서 노력한다고 해도 이미 고정화되어 있는 어떤 관계 구도의 한계가 있고, 그리고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리고 제가 꿈을 키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이쯤에서 좋은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떠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12년 9개월을 살아보니 그 싸움 과정에서 뭘 느끼셨나요?

▷이은의> 의외로 사람들이 이제 공장라인이나 비정규직이나 좀 몸으로 일하는 곳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인권 사각지대는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 대비 인권 감수성은 사회는 더 잘 살게 되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왜 우리가 이런 걸 생각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이런 생각이 들고, 어려운 일이 이렇게 있을 때 서로 나눌 수 있는데, 연대하면 함께 해결할 수 있고 함께 나아질 수 있는데, 서로 외면하잖아요.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고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은 꼭 하고 싶은데요, 꼭 운동하거나 저항하거나 혹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불행해지거나 힘든 과정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즐겁고 발랄하게 할 수 있고, 유쾌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어요.

▶정관용> 맨 처음에 문제제기하시고, 그 다음에 회사 인사팀에 이것 정식 조사해서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했을 때 조사해서 그분한테 뭐 아주 강한 처벌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징계 같은 것 내리고 사과하도록 하고. 그게 정상 아닙니까?

▷이은의> 원래 그래야 되고, 회사 입장에서도 사실은 그게 훨씬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관용> 그러니까요. 어떻게 보면 단순히 막을 수 있는 것을 그때 안 하니까 이렇게 소송까지 가고 이러는 것 아니겠어요?

▷이은의> 예, 여러 가지 손해가 커지면. 저 하나만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주변에서 함께 피해를 보니까요.

▶정관용> 그러니까 참, 인식과 문화의 문제이지요, 결국.

▷이은의> 예.

▶정관용> 왜 그걸 인정하기를 두려워할까요?

▷이은의> 그게 아마 이걸 인정한다는 게, 이게 계층적으로 봤을 때 위에 계신 분들이 가해자나 혹은 그런 구조의 상층부분에 연대의식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방어해야 된다는.

▶정관용> 아이고, 거기에서 벗어나야지요. 그리고서 로스쿨에 들어가셨다고요?

▷이은의> 예.

▶정관용> 법조인 되시려고?

▷이은의> 예, 변호사하면 좋겠다, 라는 꿈이 생겨서요.

▶정관용> 그래서 혹시 이런 피해 입는 사람들이 있으면 더 많이 도와주시려고?

▷이은의> 예, 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정관용> 알겠습니다. 꼭 그 꿈 이루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이은의> 감사합니다.

▶정관용> 아주 그 용기 내신 우리 이은의 씨, 또 책까지 써서 같은 피해 입으신 사람들한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은의> 감사합니다.

▶정관용> 그런 피해 여전히 여기저기에서 있을 겁니다. 힘들 내시기를 바랍니다. 내일 뵙지요.


Posted by orang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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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그만 2012.06.16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용중에 "이제" 라는말좀 그만 썻으면... 글읽는데 방해되서 결국 끝까지 읽지못함 된장...

  2. wholesale jerseys paypal 2012.07.05 1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고위치가 아주 자연스럽고 좋네요~ 저도 한번 시도해봐야 되겠습니다.....^^

  3. Cheap Jerseys 2012.07.05 16: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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