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10월 28일 (금)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정관용> 10.26 재보선이 끝났습니다. 그 결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정국 전망해 보죠.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고성국> 안녕하십니까?

▶정관용> 지난 주에 제가 서울시장 선거 누가 이깁니까, 여쭤보진 않았지만 방송을 잘 들으신 분들은 박원순 변호사가 이긴다, 이렇게 전망한 걸로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맞죠?

▷고성국> 그렇게 해석을 해 주시면 그럴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 당시에 상황도 평가해 주셨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박원순 쪽은 올라갈 가능성을 많이 얘기하셨고 나경원 쪽은 오히려 하강곡선을 말씀하셨기 때문에 잘 들으신 분들은 아마 예측하신 걸로 알겁니다. 일단 축하드립니다. 잘 맞히셨기 때문에.

▷고성국> 글쎄요, 당선을 축하 받아야 하는데.

▶정관용> 7% 조금 넘게 앞섰죠?

▷고성국> 7.2% 차이 났습니다.

▶정관용> 우선 그 결과를 어떻게 보시는지.

▷고성국> 나경원, 박원순 모두 지지자들이 최대한 결집했던 선거였죠. 그래서 48.6%의 높은 투표율, 평일 또 보궐선거로는 아주 경이로운 수치입니다. 그래서 투표장에 갈만한 사람은 다 갔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박원순 후보 측의 20대, 30대, 40대 지지자들, 이 사람들이 선거 막판에 대거 투표장으로 간 것 같습니다. 마지막 7시에서 8시 한 시간 동안 투표율이 6%에 육박했거든요. 그러니까 평균 뭐 한 3-4% 정도인데, 한 시간에, 막판에 거의 두 배 가까이 몰렸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직장에 갔다가 학교에 갔다가 조금 일찍 퇴근하고 하여튼 집으로 빨리 달려가서 투표를 한 2040 세대가 굉장히 많았다.

▶정관용> 이 분들은 거의 박원순 시장을 뽑은 걸로.

▷고성국> 그 시간에 뭐 회사를 일찍 나와서 또는 학교에서 술자리로 안 가고 바로 집으로 달려갔다면 굉장히 절박한 심정으로 누군가를 찍기 위해서 간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그 경우에는 대체로 박원순 후보를 찍기 위해서 갔다고 봐야 되겠죠.
왜냐하면 그 날 오후 내내 선관위에서 시간 단위로 투표율을 발표했는데, 강남 3구가 대단히 높게 나오고 예상보다는 투표율이 낮은 것 같다, 이런 보도들이 계속 나왔거든요. 그걸 다 지켜보면서 마지막 행동을 해야 되겠다, 이런 결심을 하고 떨쳐 일어난 사람들이니까요.

▶정관용> 실제로 출구조사를 시간대 별로 이렇게 해 보니까 6시, 7시, 8시, 그 사이가 박원순 시장 쪽 지지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고성국>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20대, 30대, 40대가 7 대 3 정도로, 70% 정도는 박원순 후보를 30%는 나경원 후보를 지지할 걸로 조사가 되거든요. 역시 2040세대에서는 압도적으로 높다고 봐야죠, 이 정도 비율이라면.

▶정관용> 2040세대가 정치를 탄핵했다, 뭐 이런 제목까지 신문기사에 나오더라고요.

▷고성국> 기존 정치권을 심판한 것은 확실히 맞죠. 뭐 한나라당이 1차 심판대상이었지만 민주당은 그 한 달 전에 이미 심판을 받은 셈이죠. 그리고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싸움에서 다른 지역에서도 전패했기 때문에, 전북 순창, 남원 이 두 기초단체장에서 간신히 이겼을 뿐이고. 다른 8군데 선거에서 전패했거든요. 그러니까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의 심판을 받은 한나라당한테 또 전패를 당한 게 민주당입니다. 그래서 민주당, 한나라당 할 것 없이 탄핵 받았다, 이런 표현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관용> 특히나 20대에서 40대 사이가 기존 정치를 심판했다, 우선은 현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그리고 민주당까지 심판했다, 그렇게 지금 분석을 해주셨는데, 특히 그렇게 된 것을 많은 언론들은 경제상황, 뭐 이렇게 연결을 시키던데요, 어떻게 보시는지?

▷고성국> 뭐 사실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비판적이고 또 개혁적이고 개방적이고 이런 현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있는 현상입니다. 수천 년 전 유물에도 보면 벽에 ‘요새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어’, 뭐 이런 낙서가 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런 세대 본연의 특성이라는 것도 작용을 했을 거고요.
또 거기에 지금 앵커께서 말씀하신 대로 IMF 이후에 또 이번 경제위기까지 그 빈익빈부익부 현상, 양극화 현상이 계속 되면서 80대20 사회라는 얘기를 많이들 했고 ‘88만원 세대’ 라는 얘기까지 나왔고 이제는 ‘글로벌 앵거’ 라는 현상 속에서 ‘99% 대 1%의 대결’, 이런 얘기까지 나왔잖아요. 그러면 20대, 30대, 40대의 다수는 부익부빈익빈 양극화에서는 빈익빈 쪽일 가능성이 많고 80대20에서는 80에 속할 가능성이 많고 99%대1%의 대결에서는 99%에 속할 가능성이 많은 세대 아닙니까.
그러니까 좌절, 상대적 박탈감, 분노, 이런 것들이 이 세대의 보편적 정서일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상태에서 기존 정치권이, 뭐 여야 가리지 않고, 이들과 소통도 제대로 안되고 공감도 이뤄지지 못하고 따라서 위로, 이런 것도 받지 못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다면 기존 정치권에 이 사람들이 표를 찍어줄 이유가 없는 거죠.

▶정관용> 특히나 40대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킬 때는 40대가 대거 그쪽을 찍었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해 오는 과정에서 자기들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고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거라고 기대했지만 사실상 그러지 못했다, 뭐 이것에 대한 심판. 이것은 분명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성국> 기대에 대한 배반, 배반당했다, 뭐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 그러니까 2006년, 2007년, 이 때 의식조사를 보면 ‘보수화 되는 경향이 보인다’, 이런 지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의식조사를 하면 ‘조금 진보화 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국민들이 뭐 몇 년 사이에 보수화 됐다가 또 진보화 됐다가 이렇게 움직이는 걸까요? 저는 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반노무현이라는 정서가 노무현과는 좀 거리가 있는 보수적인 정책을 선호하게 만든 것처럼 지금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이 이명박 정권과는 거리가 있는 진보적 정책을 선호하게 만들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것을 자칫 보수화다 진보화다, 이런 식으로 잘못 해석하게 되면 그럼 보수화 되는 대중에게 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보수화 되어야 되고 진보화 되고 있는 대중에게 부응하려면 정책을 진보화 시켜야 되잖아요. 그러나 사실 이것은 보수화다 진보화다, 이런 것이 아니라 반MB, 또는 반노무현 이런 정서가 강하거든요. 그러니까 예컨대 민주당이 작년 말에 전당대회를 하면서 당헌을 바꿨습니다. 진보성을 대폭 강화했잖아요. 그것은 지금 대중의 정서가 진보화 되고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에 진보성을 강화했거든요. 그건 잘 못했다고 봅니다. 그 때는 반MB 라는 성격이 강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반MB를 강화했다고 한다면 그건 일리 있는 얘기에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나라당도 국민이 진보화 되고 있으니까 우리도 진보정책을 가야 되겠다 라고 할지 아니면 사실은 그 본질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반대여론이니까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차별화 할지, 이걸 고민해야 된다, 이건 굉장히 다른 얘기거든요. 어떤 식으로 전략을 구사해야할지 갈림길에 서 있는 거거든요. 이번 표심에서 나타난 우리 유권자들의 생각을 그런 면에서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관용> 서울 얘기만 할 수는 없는 게 영남뿐 아니라 충청, 강원에서 한나라당이 기초단체장 다 이겼습니다. 그건 또 어떻게 봐야할까요? 일각에서 박근혜 효과라고 부르는 분도 있고.

▷고성국> 박근혜 효과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말씀하신 다른 지역들을 박근혜 대표가 다 유세를 다녔거든요. 그리고 경남 함양 같은 데는 박근혜 전 대표가 내려갔을 때 1천명 이상의, 거기가 아주 시골인데요, 1천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모여서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뭐 이렇게도 보니까. 그러니까 서울에서도 저는 박근혜 대표의 위력을 상당 정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어떻게 나경원 후보가 혼전 양상까지 쫓아갈 수가 있었겠어요. 막판에 다시 벌어진 것이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은 박근혜만 있으면 우리는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 할 수 있느냐, 그런 건 아닙니다. 우선 지역구마다 지닌 특성 같은 것이 있기 때문에, 인제 같은 곳은 73표 차이로 한나라당이 간신히 이겼잖아요. 그런데 여기에는 야권분열이라고 하는 요소가 있거든요. 민노당의 박승흡 후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바람에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길 선거를 야권분열 때문에 졌다, 이렇게 분석이 되는 거죠. 충남 서산 선거는 원래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각축전이어야 되는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각축전이 되고 민주당이 3등으로 밀렸어요. 그러니까 한나라당이 이긴 것도 중요하지만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3등으로 밀린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각 선거구마다 지역적 특성과 독특한 해석이 필요한 대목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그것대로 우리가 해석을 해야 되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지역 다 이겼으니까 서울에서 졌다고 하더라도 ‘진 것도 아니고 이긴 것도 아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죠.

▶정관용> 홍준표 대표.

▷고성국> 기초단체장, 예컨대 이번에 8군데를 한나라당이 이겼는데, 11군데 중에서요. 정말 기초단체 한 200곳 다 이겼다 하더라도 서울시장 지면 진겁니다. 어떻게 그걸 그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정관용> 게다가 또 그 지역들은 인구도 적고 투표율도 낮았기 때문에 정말 몇 표 안 얻고도 당선 되신 분이 많더라구요.

▷고성국> 그렇습니다. 대구, 울릉군, 함양군, 다 그렇거든요.

▶정관용> 그런 걸 두고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 홍준표 대표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고성국> 대표 자리를 내놓기 싫은가 봐요.

▶정관용>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자, 그런 뜻일까요?

▷고성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게 의기소침하지 말자는 차원이 아니고 이걸 심각한 패배라고 보느냐, 아니면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라고 하면 패배가 아니라는 것인데, 패배가 아니면 책임 질 일도 없고 변화할 일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대충 수습하고 가느냐, 아니면 정말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하고 환골탈태를 위한 개혁에 시동을 거느냐, 그 차이거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이야기 하면서 20대에서 40대 사이, 또 그들이 이쪽에 표를 찍은 이유를 그동안에 쭉 경제적 흐름으로까지 우리가 쭉 구조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며 이 흐름은 내년 총선, 대선에도 이어진다고 봐야 하잖아요?

▷고성국> 그렇습니다. 계속 간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죠. 특히 지금 정부가 내놓고 있는 경제전망이 올해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거거든요. 우선 성장률 전망이 올해가 3.8%였습니까? 내년은 지금 3.5%로 전망하고 있던데요, 그러면 더 어렵다는 뜻이죠. 실제로 경제가 올해 말 내년 초에 바닥을 쳐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조금 회복될 수도 있다, 이런 기대 섞인, 상당히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는 있습니다만, 그러나 그것이 국민들에게 체감 되는 데는 또 2, 3년이 걸리거든요. 그러면 내년은 올해만큼 어렵거나 올해보다 더 어렵거나, 이렇게 되는 것이고요. 그런 상태라면 상대적 박탈감과 실의와 좌절과 그것의 어떤 표현인 분노라고 하는 것은 올해보다 더 강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뭔가 집권당이 이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쇄신하고 혁신하고 정말 처절한 위기의식으로 뭔가를 몸부림치듯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뭐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니고 대충 해서 가면 된다, 이런 정도의 모습을 보여서야 뭐 총선에서의 승리, 전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금 언론이 박원순, 나경원 후보의 대결을 각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대입해서 분석하고 그 표를 제시하고 있잖아요.

▶정관용> (한나라당이) 7군데인가 나왔죠?

▷고성국> 이것은 상대가 나경원, 박원순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만 그러나 하나의 준거점은 되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한나라당은 7군데 밖에 이길 데가 없어요. 그러면 이 정도로 심각한 위기인데, 아 참고로 서울지역은 48개입니다. 이 정도로 심각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졌는지 이겼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정도 대응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관용> 어떻게 해 가리라고 보십니까? 또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선 여권, 그리고 야권 쪽.

▷고성국> 홍준표 대표의 발언대로 라면 책임 질 일이 없으니까 현 지도부가 그대로 간다는 뜻이고요. 또 뭐 2, 30대와 소통 노력을 하겠다는 정도의 변화. 그런데 과연 지도부도 그대로 가고 체질도 바꾸지 않으면서 느닷없이 갑작스럽게 2, 30대와 어떻게 소통을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정도의 대책이 나오겠죠, 지금대로 가면.
이명박 대통령도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2, 30대와 소통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해놓고 나서 어청수 경호처장 임명을 해버리잖아요. 저는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뭐 꽉 막힌 사람이다, 이렇게는 생각 안합니다. 그러나 이미지로는 불통 이미지가 있는 게 분명하잖아요. 명박산성으로 대표되는 불통 이미지가 분명히 있는데, 이런 분을 임명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2, 30대와 소통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그 말을 20대 30대가 들을 때 과연 어떻게 듣겠느냐, 이런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지금과 같은 청와대의 태도, 지금과 같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태도, 이걸로는 국면전환도 안 되고 정국 돌파도 안 된다.

▶정관용> 어떻게 해야 됩니까?

▷고성국> 지도부가 사퇴해야죠. 뭐 이건 선거책임을 청와대에 물으면 안 됩니다. 또 청와대에 물은들 그게 대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청와대는 청와대구요. 그냥 남은 임기 잘 마무리 해주면 좋겠다, 이런 정도의 희망을 밝히면 되는 거구요. 선거는 당이 치렀고 앞으로도 당이 치를 것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총사퇴를 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빨리 전환을 하고 그리고 뭐 박근혜 전 대표를 조기에 등판을 시키든지 아니면 비대위 체제에서 공천 심사위원회를 동시에 가동을 해서 새로운 인물을 대거 영입하는 방식으로, 뭐 젊은 피도 수혈을 하고 이런 방식으로 국민과 호흡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한두 달 사이에 성과가 나오지 않거든요. 내년 선거가 6개월 정도가 남았는데요, 내년 선거일까지 계속 이런 노력을 하면서 그 노력의 정점에 투표 날이 오도록 그렇게 만드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사실 지도부 개편도 얼마 되지 않았고 다른 대안이 보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고성국> 얼마 안 됐다고 해서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그냥 가는 것은 정말 무대책이고요. 그리고 대안이 없다고 하는 거야 말로 제가 보기에 정말 안이한 겁니다.

▶정관용> 결국 외부수혈인가요?

▷고성국> 한나라당에 홍준표 말고 대표감이 없다, 이런 얘기 아닙니까. 정말 그런 당 같습니까. 국회의원이 168명이나 되는 그런 당입니다. 저는요, 대안부재론 같은 논리가 위기상황에서 늘 나오는데요, 한 두 번 보는 거 아니잖아요. 그것은 명백하게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현 지도부의 방어논리라는 겁니다. 대안부재론이 안 나왔던 적이 없지만 실제로 대안부재론이 막 득세하는 상황에서도 변화를 했을 때, 정말 지도부 없이 한동안을 갔다?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 역할을 하다가 그만뒀을 때 그 공백, 얼마나 컸어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있다, 분명히. 의지의 문제다?

▷고성국> 훨씬 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관용> 야권 쪽은 어떻게 될까요? 민주당도 지금,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오히려 더 많이 졌다고도 볼 수 있는데.

▷고성국> 민주당이야 말로 한나라당보다도 더 처참하게 패배했죠. 내용적으로.

▶정관용> 야권 대개편, 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아직까지 손에 잡히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고성국> 한나라당 하고 다른 점은요, 한나라당은 어떻게 되든 아직은 박근혜라고 하는 중심축이 살아 있습니다. 야권은 그 중심축이 보이지 않아요. 손학규 대표가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은 이미 어려워진 것 같고. 그렇다고 문재인 이사장이 중심축 하겠다고 나선 것 같지도 않고 안철수 교수는 다시 대학으로 갔기 때문에 중심축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잖아요.
그러면 중심축 없이 민주당으로, 국민참여당으로, 또는 혁신과 통합이라고 하는 일종의 정치연합체 모임으로 또는 시민사회로 이렇게 나눠져 있는 야권의 전체 판을 중심축도 없이 이걸 어떻게 만들어서 조합을 해내고 하모니를 이뤄내서 뭔가 하나의 위력적인 당으로 새롭게 만들어내야 되잖아요.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하는 첫 번째 발걸음은 어떤 거냐 하면요, 민주당이 기득권 포기를 선언하는 겁니다.

▶정관용> 그게 제일 어려운 거잖아요.

▷고성국> 그 제일 어려운 고리를 풀어야 그 다음부터 순풍에 돛 단 듯이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뭐가 진전이 있습니다.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 선언이 없는 상태에서는 백번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서 무수히 많은 현란한 논의를 해도 아무런 진전도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내년 총선 때 움직일까요, 아니면 그 후에 움직일까요?

▷고성국>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대선 때까지 안 움직일 것 같고요. 안철수 교수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정직함과 진정성에서 나오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게 정치판에 들어가는 순간 어쨌든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돼 있는데, 과연 그 때도 지금의 영향력을 보전하거나 더 강화해 갈 수 있겠느냐, 이게 어려운 과제입니다.
만약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철수 교수의 지금 영향력이 더 커지거나 보전이 잘 되겠죠. 그런 상태에서 이번처럼 누군가를 도와주거나 누군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그야말로 아주 위력적으로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야권 전체에서 볼 때도 안철수 교수가 직접 뛰어드는 것과 이번처럼 멘토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은 길이 좀 다릅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 만약 움직이더라도 가장 늦게,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고성국> 그래야 될 겁니다.

▶정관용> 민주당, 한나라당 모두 엄청난 숙제를 받아들었습니다. 그 숙제 얼마만큼 해내는지 그 첫 번째는 둘 다 기득권 포기부터 해라, 자기 권력 지키려고 하지 말아라. 그래야 더 큰 권력이 온다. 이거 사실 뭐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고성국> 제가 늘 하던 얘기지만, 이 국면에서만큼은 정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관용> 자, 다들 잘 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고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고성국> 고맙습니다.


Posted by orang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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