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11월 8일 (화) 오후 7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 윤성근 씨

[집중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 코디네이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 윤성근 씨    

▶정관용> 시사자키 3부 시작합니다. 오늘 3부에 모실 분은 헌책방 주인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로 좀 특이한 헌책방이에요. 우선 이름부터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입니다. 참 이상한 헌책방이지요?

이번에 주목받게 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을 바로 이분이 꾸미게 됐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광고 듣고 함께 만날 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사장 윤성근 사장입니다.

▶정관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사장,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윤성근> 예, 안녕하세요?

▶정관용> 어디에 있는 책방이지요?

▷윤성근> 은평구 응암동에 있습니다.

▶정관용> 서울 은평구 응암동?

▷윤성근> 예, 경찰서 옆에.

▶정관용> 경찰서 옆에?

▷윤성근> 예, 서부경찰서.

▶정관용> 구체적으로 위치까지 알려주시네요. 나오신 김에 뭐 톡톡하게 선전하셔야지요.

▷윤성근> 이러는 이유가 찾기가 쉽지 않아가지고요, 책방이. 대로변에 이렇게 있는 게 아니라 골목길에 있거든요.

▶정관용> 그러면 뭐 서부경찰서 옆이라고 그래도 바로 찾기는 어렵겠네요?

▷윤성근> 예, 그래도 일단 서부경찰서 옆이라고 하면은 그 근처 와서 전화를 하던지 하면 제가 나갈 수도 있고.

▶정관용> 동네 가서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까? 여기 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어디입니까? 이렇게 하면 알아요, 사람들이?

▷윤성근> 아직도 그렇게 많이 알지는 못해요. 4층짜리 건물인데 지하에 있거든요.

▶정관용> 지하에? 보통 책 서점이나 책방 같은 것들은 다 1층 정도에 있는데, 어떻게 지하에 있어요?

▷윤성근> 싸니까요. (웃음)

▶정관용> 답이 간단하군요.

▷윤성근> 예.

▶정관용> 책방 이야기 조금 이따 집중적으로 하고요, 화제가 되신 게 박원순 시장 집무실을 꾸미신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지금 공사 중이에요?

▷윤성근> 예, 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언제까지 끝나요?

▷윤성근> 그게 저희 내부적으로는 한 13일? 이번주말까지 한번 해보려고...

▶정관용> 그렇게 오래 걸려요?

▷윤성근> 책이 워낙 많으셔서요.

▶정관용> 아, 그렇지요.

▷윤성근> 여러 가지 디테일 같은 것을 놓는 것은 아니고, 책이 워낙 많으시니까, 책을 위주로 하되 얼마나 좀... 너무 복잡하지 않아야 되고, 거기에서 또 사람들 회의도 하고 그러니까, 실용적으로 배치를 할 것인가.

▶정관용>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일 안하고 시장실에서 책만 본대요?

▷윤성근> 책을 워낙에 희망제작소 일 하실 때도 워낙에 많이 보시고, 글 한편 쓰시거나 이럴 때는 자료 또 엄청 참고하시고, 그러시더라고요.

▶정관용> 그래도 책 잔뜩 쌓아놓고서 그거 보시려면은 시정 챙기실 시간이 부족할 텐데.

▷윤성근> (웃음)

▶정관용> 그런데 어떻게 인연이 되셨어요? 박원순 시장하고는?

▷윤성근> 2008년인가요, 박원순 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에 마을 문화에 관련된 그런 책을 한참 쓰셨거든요.

▶정관용> 마을공동체, 이런 거?

▷윤성근> 예, 지금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책을 쓰실 때 여러 마을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그 마을의 요소요소를 방문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와보시고, 아주 공간이 좋다.

▶정관용> 그런 헌책방이 있다는 걸 알고 오신 거지요, 그러니까?

▷윤성근> 예.

▶정관용> 그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곳이 이른바 마을공동체와 연결이 됩니까?

▷윤성근> 예, 그렇지요.

▶정관용> 그런 정신을 가지고 만드신 거다? 알겠어요. 어쨌든, 그래서 찾아와서?

▷윤성근> 책방이 참 보기 좋다, 책도 가지런히 꽂혀있고 좋다, 했는데, 그 후에 한 몇 개월 있다가 상임이사 사무실이 넓지가 않았어요. 넓지가 않은데 책이 워낙 또 많으시니까, 한번 와서 어떻게 정리를 해봐달라.

▶정관용> 자기 집무실을?

▷윤성근> 예, 그래가지고 그때 또 집무실을 디자인을 했었거든요, 사무실을. 그게 인연이 되어가지고, 또 그때 보기 좋으셨나봐요. 그래서 이번에 시장되고 나서도. 출근하시고 이틀 만에 전화가 오더라고요.

▶정관용> 와서 좀 꾸며달라?

▷윤성근> 예.

▶정관용> 제가 관련 기사를 보니까,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실에 들어가면, 사방이, 4면이 다 책이라면서요?

▷윤성근> 예.

▶정관용> 그런데 그 가운데 어디 한군데 책장에 문이 달렸다면서요? 그건 뭐예요?

▷윤성근> 희망제작소가 이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면은 투어 같은 걸 시켜줘요. 그러다가 맨 마지막 순서가 상임이사실 사무실인데, 이제 시장님도 당시에도 그렇지만 희망에 대해서 강조를 하시던 바라, 마지막 코스에 이제 책장에 가운데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실제 문이 있어요. 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은 거기 당신들이 바라는 희망, 누가 희망을 만들 것인가, 이것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사람들이 문을 열면은, 그 안에는 거울이 있어요, 전신거울이.

▶정관용> 거울만 하나 딱 있어요?

▷윤성근> 예, 그래서 문을 연 바로 그 사람이, 결국엔 사람이 희망이 되는 거지요.

▶정관용> 아, 그걸 우리 윤 사장께서 디자인하신 거예요?

▷윤성근> 예.

▶정관용> 그런 아이디어로?

▷윤성근> 예.

▶정관용> 아, 기발하네요.

▷윤성근> (웃음)

▶정관용> 그런데 이번에 시장실은 또 어떤 아이디어로 지금 넣었습니까? 오늘 화제가 된 것은 시장실의 한쪽 벽면이 완전 포스트잇으로 꽉 채워져 있다? 그 사진이 지금 화제가 됐는데, 그건 뭡니까?

▷윤성근> 그것이 후보 시절 때 박원순 시장한테 사람들이 보내온 응원메시지하고 시장이 되면 뭘 바란다, 이런 것들을 사람들이 각지에서 많이 보내줬거든요. 그것을 이제 약속을 했어요. 시장이 되면은 시장실에 내가 그걸 다 붙여놓고 참고를 하겠다.

▶정관용> 잊어버리지 않고?

▷윤성근> 예, 그래서 그것을 다 붙였어요.

▶정관용> 한쪽 벽에?

▷윤성근> 예. 그것이 붙어있는 쪽이 예전에 서울시 현황판 있던 자리거든요. 그쪽의 한면을 일단,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지금 작업을 해놓은 거예요.

▶정관용> 나머지 그러면 세 면하고 시장실은 지금 어떤 아이디어로 꾸미고 계세요? 혹시 책장 가운데 문을 열면 전신거울이 있는 것 같은 그런 깜짝 아이디어가 또 있습니까?

▷윤성근> 그런 것은 아니고요. 거기는 희망제작소하고는 달리 또 투어하는 그런 곳이 아니니까요.

▶정관용> 아, 그렇지요.

▷윤성근> 책이 일단 많이 들어가고요, 또 의자를 활용한 책장이라든지, 거기에서 회의를 많이 하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

▷윤성근> 그러면 사람들이 또 배석하는 사람도 많고 하니까, 늘상 거기에다 의자를 계속 배치해놓을 수 없으니까 가져왔다 다시 가져갔다 그런 일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의자를 활용한 책장 같은 것도 좀 있고요.

▶정관용> 의자를 활용한 책장? 잘 그림이 안 그려지는데요. 어떤 거지요?

▷윤성근> 의자처럼 생겼는데, 밑부분은 책장인 거지요. 그런 식의 책장.

▶정관용> 아, 실제로 앉는 거고, 그리고 그 의자 밑은 책장이고? 그런데 그거 책 꺼내려면 밑으로 기어들어가야 되겠네요?

▷윤성근> 아, 책은 낮은 자세로 빼야지요. (웃음)

▶정관용> 책은 낮은 자세로 빼야한다? 참 핑계도 좋습니다.

▷윤성근> 우스갯소리이고요, 그리고 또 한쪽 면에 원래 그림이, 액자가 걸려있던 자리가 있거든요. 그쪽에는 또 은평구에 있는 대안학교가 있는데, 아이들하고 같이 공동작업해서 벽화를 하나 그려넣기로 했어요.

▶정관용> 벽화 그려서 넣고? 초등학생?

▷윤성근> 중학생.

▶정관용> 중학생 아이들이 그린 그림? 그 그림은 크기가 얼마나 됩니까?

▷윤성근> 크기가 지금 세로가 한 1미터 좀 넘고요, 가로는 한 3미터 넘어요.

▶정관용> 굉장히 크네요?

▷윤성근> 예.

▶정관용> 그러면 한쪽 벽면은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 있고, 한쪽 벽면에는 큰 벽화가 들어가고. 책은 어디에다 놓아요? 보통 책은 벽에다 이렇게 쭉 꽂게 되는데?

▷윤성근> 또 집무실 책상 있는 쪽의 뒷부분도 공간이 상당히 크고요. 또 기본적으로 집무실 자체가 좀 규모가 큽니다.

▶정관용> 몇 평이나 돼요?

▷윤성근> 제가 봤을 때는 한 20평이 좀 넘는 것 같았어요.

▶정관용> 집무실 전체가? 아파트 한 채 넓이네요. 그렇지요?

▷윤성근> 예.

▶정관용> 마음 놓고 꾸미실 수 있겠네요.

▷윤성근> 예, 그런데 거기에서 회의도 하고 막 그래야 되기 때문에...

▶정관용> 맞아요. 공간의 활용의 폭이 좀 제약은 있겠습니다만.

▷윤성근> 예.

▶정관용> 다 꾸며지고 나면 거기도 관광코스가 될 수도 있겠는데요?

▷윤성근> 글쎄요, 지금 제가 들은 얘기로는, 확실한 건 모르겠습니다만, 취임식을 간소하게 시장실에서 하지 않을까, 그런 말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좀 공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자, 이제 박원순 시장 이야기는 그 정도 하고, 헌책방 이야기 해봅시다. 헌책방 사장이 되신 건 언제입니까?

▷윤성근> 5년 전이지요, 2007년입니다.

▶정관용> 그 전에는 직장 다니셨다고 들었는데?

▷윤성근> 예, 그 전에는 제가 전공이 IT 쪽이라서요, 컴퓨터 회사에 좀 다녔고요.

▶정관용> 공과대학 나오셨고, 그리고 컴퓨터 회사 다니셨고?

▷윤성근> 예.

▶정관용> 직장생활은 몇 년쯤 하셨어요?

▷윤성근> 한 10년 가까이...

▶정관용> 오래 하셨네요. 그러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헌책방을 차린 거예요?

▷윤성근> 그건 아니고요. 책을 좋아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책, 하면은 출판사가 떠올라서 출판사에서 한 1년 정도 일을 하다가, 또 거기도 좀 마음이 맞지 않아서 헌책방, 다른 헌책방에서 직원으로 한 1년 반 정도 일을 하다가 제 가게를 차리게 된 것이지요.

▶정관용> 그 컴퓨터 회사는 나오시게 된 것은 왜 나오시게 됐어요?

▷윤성근> 워낙에 어렸을 때부터 책을 제가 좋아했는데요,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된 것은, 그때 또 IT 버블이 있던 90년대 초반, 이럴 때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돈을 좀 벌려고...

▶정관용> 아, 돈 벌어야지요. 먹고 살아야지요.

▷윤성근> 돈을 좀 벌려고 컴퓨터 일을 했었는데, 하다 보니까 한 서른 살 정도, 20대 후반 정도 되니까 계속 거기에서만 일하다 보니까 저의 어떤 정체성이라든지 가치관, 또 나중에 사람들이 저한테 너 어떻게 살았냐, 물어봤을 때 할 말이 없는 거예요, 문득.

▶정관용> 그냥 돈 벌고 살았다?

▷윤성근> 예, 그러니까 정말 내가 한번 좋아하는 일 한번 해봤다...

▶정관용> 해보고 싶었다?

▷윤성근> 예, 그런 얘기 할 수 있을까, 내가, 당당하게? 그런 생각이 드니까 어느 날은 문득 더 이상은...

▶정관용> 못 다니겠다?

▷윤성근> 예, 못 다니겠더라고요.

▶정관용>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은 바로 책과 관련된 일이었다?

▷윤성근> 예.

▶정관용> 그러면 바로 보이네요. 출판사에도 근무하시다가 헌책방 근무하다가... 내가 헌책방을 차려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건 또 어떤 다른 계기가 있어요?

▷윤성근> 제가 헌책방을 여러 군데 돌아다니고 북카페도 돌아다니고 보니까 나름대로의 어떤 장단점이 다 있는데, 북카페 같은 경우는 앉아서 쉬고 그런 건 좋은데, 읽을 책이 별로 없더라고요, 사실상.

▶정관용> 북카페라는 곳 저도 몇 군데 가봤는데, 책 별로 없어요.

▷윤성근> 예, 책이 좀 어떻게 보면 인테리어식으로 되어 있는 곳도 많이 있고...

▶정관용> 그러니까 말이에요.

▷윤성근> 또 헌책방 같은 경우는 물론 전통적인 헌책방 같은 분위기도 굉장히 좋은 편인데, 일단 내가 가서 어쩌다 한권씩 보물 같은 거 걸리고, 이런 거 바라면서 많이들 가잖아요. 그러다기보다는 늘상 컬렉션이 좋은 헌책방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정관용> 우리 머리 속에 옛날 헌책방들이 많았었는데, 굉장히 많이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지금 있는 헌책방들 가면 대부분 중고교 참고서 같은 것, 잡지, 만화책...

▷윤성근> 그렇지요, 어린이 전집.

▶정관용> 어린이 전집, 또 요즘은 많이 팔리는 대중소설들, 그런 걸로 가득 차 있는 헌책방.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거든요.

▷윤성근> 그렇지요.

▶정관용> 그런데 그런 헌책방에서 근무하신 거지요?

▷윤성근> 예, 그렇지요.

▶정관용> 그러다 보니 이건 아니다?

▷윤성근> 예,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는 필요성이 있어요. 재고도서 순환 차원에서 필요성이 있는데, 또 다른 형식의 헌책방도 분명히 필요하다.

▶정관용> 특색있는 헌책방?

▷윤성근> 예, 그래서 그걸 가지게 됐구요.

▶정관용> 그래서 어떤 특색을 부여하셨습니까?

▷윤성근> 일단은 제가 공간이 크지 않으니까 많은 책을 가져다놓을 수는 없고, 제가 봤던 책, 제가 읽었던 책만 가지고 해보자. 그러면은 헌책방에 누가 들어와서... 새책방 같은 경우는 책을 사고 그냥 나가는데, 헌책방 같은 경우는 또 와서 주인장하고 책 이야기도 하고 싶어하고 그런데, 거기 있는 책이 내가 모르는 책이 있으면 또 부담되잖아요. 손님이 이 책 어떻습니까, 물으면...

▶정관용> 몰라요. (웃음)

▷윤성근> 식당처럼 여기 뭐 맛있어요? 그러면 다 맛있어요, 그럴 수도 없고.

▶정관용> 그래서 본인이 읽은 책만 가져다 놓은 거예요? 모두 몇 권쯤 지금 있습니까?

▷윤성근> 지금 한 5천권이 좀 안 됩니다. 한 4,500권 정도.

▶정관용> 그럼 본인이 읽은 책이니까 학습 참고서 이런 거는 아니겠네요?

▷윤성근> 예, 자기계발서, 학습 참고서, 돈 버는 책, 뭐 이런 책은 취급을 안 하고 있어요.

▶정관용> 그럼 주로 인문서?

▷윤성근> 예, 나뉘어져 있는 게 철학, 사회학, 인문서하고. 소설 같은 경우는 제가 미국 문학이나 일본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러시아나 유럽, 동구권 이런 쪽의 소설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정관용> 가지고 있는 책은 모두 몇 권쯤 됩니까, 장서는?

▷윤성근> 헌책방에 있는 책들하고 또 집에 있는 책들하고 합하면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만권은 안 될 거예요.

▶정관용> 뭐 흔히 우리가 대단한 장서가다, 이렇게 하면은 몇만권씩 되기 때문에 그 수준까지는 아니군요.

▷윤성근> 그렇지요.

▶정관용> 하지만 자기가 읽은 책들로만 꽉 채워진 헌책방을 꾸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거예요, 사실.

▷윤성근> 예.

▶정관용> 그것도 주로 인문서, 문학, 철학, 사회학, 이런 쪽으로?

▷윤성근> 예.

▶정관용> 그런데 어떻게 공과대학을 전공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셨다면서?

▷윤성근>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한 것인데, 물론 어렸을 때는 책이라는 것보다 그저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글자, 텍스트. 그렇다 보니까 또 컴퓨터 같은 것 매뉴얼 같은 것 또 읽어야 되잖아요, 그런 거에 또 관심도 많이 갖게 되고, 컴퓨터 일을 많이 하게 됐고요. 컴퓨터 일을 하게 된 것은 역시나 돈 때문인 것이 많지요.

▶정관용> 아니, 그러니까 대학을 공과대학 선택하게 된 것은?

▷윤성근> 예, 그것도 역시나 컴퓨터 쪽이 앞으로 돈 버는데 유망하다, 그런 말들을 해가지고.

▶정관용> 아, 그래서?

▷윤성근> 제가 또 상고를 나왔거든요.

▶정관용> 아주 솔직하시군요.

▷윤성근> (웃음)

▶정관용> 그런데 본인의 어렸을 때부터 취미는 책 읽기, 책과 놀기, 그런 것이었다? 아까 그런데 어렸을 때는 그냥 글자 자체가 좋았다고 그랬는데.

▷윤성근> 예.

▶정관용> 글자 자체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많은가요?

▷윤성근> 그렇지는 않지요. 많지는 않지요.

▶정관용> 글쎄요.

▷윤성근> 그런데 어렸을 때 부모님이 다들 일 나가시고, 초등학생 때도 그렇고, 거의 집에는 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바깥에 나가면 위험하다고 그러고, 그러니까 주구장창 뭐 집에 있는 그런 책들을 읽었는데...

▶정관용> 어떤 책들을 봤어요, 어려서?

▷윤성근> 집에 장서가 그렇게 좋은 게 없어가지고, 저는 또 글자 읽는 걸 너무 좋아하다보니까 이제 뭐 사전...

▶정관용> 사전을 읽었어요?

▷윤성근> 예, 뭐 전화번호부.

▶정관용> (웃음)

▷윤성근> 그리고 길을 가다가 이제 쓰레기통 같은데 보면은 백과사전 같은 것 막 한 세트씩 버려져 있고, 그런 것도 주워다가 읽기도 하고. 신문꾸러미 버려져 있으면...

▶정관용> 그걸 왜 읽어요, 전화번호부를?

▷윤성근> 좀 활자중독이라고 하잖아요. 어렸을 때는 좀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 지금도 그렇지만, 만화책을 잘 못봤어요. 글자하고 그림하고 동시에 있으니까 헷갈리더라고요.

▶정관용> 전화번호부를 읽던 어린이가 이제 글자가 아닌 진짜 책을 보게 된 건 언제부터입니까?

▷윤성근> 아마 고등학교 후반, 대학 초년생 이때쯤이었을 거예요.

▶정관용> 굉장히 늦되셨네, 그렇게 보면.

▷윤성근> 그때 되니까... 중학교 때까지는 사실 책 좋아하는 친구들 만나고 그러면서 좀 경쟁적으로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정관용> 닥치는 대로 보는 거였군요.

▷윤성근> 예, 친구가 내가 뭐 무슨 책 읽었다 그러면 그거 나도, 별로 생각이 없는데 그것도 읽어야 되고.

▶정관용> 조금 빠른 친구들 같은 경우 중학교 때 보통 문학을 많이 보지 않나요? 세계문학, 한국문학, 고전문학, 이런 것들?

▷윤성근> 예, 그렇지요.

▶정관용> 그때 그런 것들 많이 보셨지요?

▷윤성근> 예, 아마 그런 것들은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두껍고 글자 많고, 이런 고전류 있잖아요. 그런 것들.

▶정관용> 글자가 많아서 좋아했군요?

▷윤성근> 예, 내용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정관용> 그런데 그때 그렇게 글자 중독으로 읽었던 것들이 기억에 남아요?

▷윤성근> 잘 기억에 안 남지요. 그래서 그때 읽었던 것들을 대부분 고등학교 후반이나 대학생 때...

▶정관용> 다시 읽고?

▷윤성근> 예, 다시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정관용> 책이 좋아서 헌책방까지 차리고, 게다가 이번에 또 책을 내신 것 보니까 <심야책방>이라고 하는 책을 내셨더라고요.

▷윤성근>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실제로 헌책방을 밤새 여는 날이 있다면서요?

▷윤성근> 예, 2주, 4주 금요일날, 매달. 2주, 4주 금요일날. 저희 헌책방 오픈 시간이 오후 세시거든요, 항상. 그런데 그날만큼은 밤 새고 아침 6시에 닫습니다.

▶정관용> 평상시에는 그럼 3시에 열어서 몇 시에 닫아요?

▷윤성근> 한 10시나 11시 정도까지.

▶정관용> 그것도 특이하네요? 보통 다른 헌책방은 아침에 열었다가 저녁에 닫잖아요?

▷윤성근> 헌책방들이 대부분 아침에는 책을 많이 구하러 다니거든요. 그래서 오후에 여는 경우들이 많이 있고요, 아침에 여는 헌책방들은 도와줄 인력들이 좀 있는 거지요, 사실. 그런데 저는 저 혼자 일하다 보니까 아침에는 책 구하러 다니고, 점심 먹고 오후에 열게 되고요. 대부분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에, 손님이. 퇴근하고 오고 그러면 그 시간대가 좋은 것 같더라고요.

▶정관용> 그런데 한달에 두 번, 새벽까지 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윤성근> 처음에는 저 혼자 그 시간을 즐기려고 문을 열었던 건데, 새벽에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쓰고 그러니까, 그런데 의외로 동네에서 뭐 밤새 논문을 작성하는 대학생이라든지 또 글을 기고하는, 잡지에 기고하는 그런 자유기고가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또 집에서만 작업하면 잘 안 풀릴 때도 있으니까 책방에 와서 작업도 하고, 조용하게.

▶정관용> 보통 제 머리 속에 그려지는 헌책방은 빼곡한 책꽂이에 책만 잔뜩 꽂혀있어서 좁은 미로 같은 복도를 이렇게 걸어만 다닐 수 있지 어디 앉을 데도 없는데, 지금 만드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그분들이 와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나 봐요?

▷윤성근> 예, 책상도 있고, 의자도 있고, 음악도 항상 조용한 걸로 유지를 하고요.

▶정관용> 일종의 카페 같은 분위기가 나는?

▷윤성근> 제가 물론 그 당시에 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한 19세기 초 무렵에 있었던 유럽의 살롱 같은 그런... 거기에서 이제 지식인들이 대화도 하고, 작가는 글도 쓰고, 이런 분위기를 원했던 거거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모여 앉아서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일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 공간?

▷윤성근> 예, 그렇지요.

▶정관용> 공연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윤성근> 예, 가끔 가다 공연도 하고요. 심야책방 때는 늘상 밤 12시에 심야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고요.

▶정관용> 그 정도면 몇 명 정도 들어갈 수 있습니까?

▷윤성근> 최대 들어가면 한 8~90명 정도 따닥따닥 앉을 수 있고요. 편하게 앉는 것은 한 3~40명 정도는 편하게 앉아서 즐길 수 있어요.

▶정관용> 아까 넓지 않다고 그랬는데 꽤 크네요?

▷윤성근> 아무래도 벽에는 책만 있고 뻥 뚫려있는 공간이니까.

▶정관용> 가운데에 사람들이 빼곡이 앉으면 많이 앉을 수 있는?

▷윤성근> 예.

▶정관용> 그래서 그게 이른바 마을공동체 정신과 맞닿아있다, 라는 거군요?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윤성근> 그렇지요.

▶정관용>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문화생활도 함께 하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자?

▷윤성근> 그렇지요.

▶정관용> 단골 고객들이 많습니까?

▷윤성근> 지금은 많이 늘었어요. 초창기에는 그게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까 잘 못 왔는데, 지금은 많이 늘었고요, 또 손님들 중에서도 동네 사람의 비율이 더 많아지고 있고요. 저도 그런 걸 원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어떻게 수입은 좀 되시고요?

▷윤성근> 수익은... 변변치 않지요, 아직. 헌책을 팔아서 수익을 남긴다는 게 쉽지는 않지요.

▶정관용> 게다가 본인이 읽은 책만 팔겠다니까 다 읽어야 가져다가 꽂아놓을 것 아니에요?

▷윤성근> 그렇지요.

▶정관용> 책이 늘어나기가 쉽지 않겠네요?

▷윤성근> 예, 그래서 한달에 업데이트 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한 2~300권 정도 업데이트가 되고 있고요.

▶정관용> 한달에 2~300권씩 읽으세요?

▷윤성근> 읽은 책이 2~300권을 놓는 게 아니라,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계속 들어오는 거니까, 다 합해서...

▶정관용> 예전에 읽었던 것인데 안 가지고 있는 것은 가서 사와야 되고?

▷윤성근> 예, 그렇지요.

▶정관용> 그래서 구하러 다니신다는 거로군요?

▷윤성근> 예, 그렇지요.

▶정관용> 그런 거 헌책방 가서 구하십니까?

▷윤성근> 그렇기도 하고 헌책방에서 구해서 헌책방에서 팔면 제가 이문이 안 남으니까. 헌책도 또 도매상이 있어요. 그런 쪽에 가서 사기도 하고.

▶정관용> 아, 알겠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참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드는 곳이네요.

▷윤성근> 한번 오십시오.

▶정관용> 장사 잘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는 건 그만큼 좋은 일이에요. 좋은 책들 가지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분들이 찾아가야 되겠지요.

▷윤성근> 그렇지요.

▶정관용> 예,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고, 말씀 잘 들었습니다.

▷윤성근>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사장과의 유쾌한 대화로 오늘 순서 마무리짓겠습니다. 내일 6시에 다시 뵙지요. 안녕히 계세요.


Posted by orangutan

댓글을 달아 주세요